교토에서의 하루: 청수사, 전통 거리 산책, 그리고 니시키 시장에서의 미식 탐방
교토에서의 둘째 날 아침, 우리는 8시쯤 호텔 조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남편과 저는 아침에 커피 한 잔과 빵 한 조각이면 충분하지만, 한창 성장기인 아들은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 먹어야 했기에 조식을 신청했습니다. 크로스 호텔의 조식당은 넓고 쾌적했으며, 1층 창가에 진열된 화분들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레스토랑 내부에는 감각적인 그림들이 걸려 있어 마치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고, 형형색색의 접시들이 식탁을 더욱 생기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아침을 맞이하니 기분이 한층 더 좋아졌습니다.
조식 메뉴는 다양했고, 맛 또한 훌륭했습니다. 골고루 갖춰진 음식 덕분에 눈과 입이 모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크로스 호텔은 커피에 대한 인심이 넉넉해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객실에는 드립 커피가 구비되어 있었고, 호텔 로비에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커피 머신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아침 식사 후, 로비에서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순간이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여행 중 이렇게 조용한 아침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교토에서의 특별한 즐거움 중 하나였습니다.
아침식사 후에 우리는 청수사(기요미즈데라)를 방문했습니다. 청수사는 교토를 대표하는 사찰 중 하나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곳입니다. 숙소에서 도보로 약 3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사찰로 가는 길은 돌바닥의 가파른 오르막길이었습니다. 하지만 길 양옆으로 기념품 가게와 전통 찻집, 공예품 상점들이 늘어서 있어 구경하느라 힘든 줄 모르고 걸어갔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한 덕분에 단체 관광객들이 도착하기 전이라 비교적 한적하게 걸어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산넨자카(三年坂)를 따라 청수사로 향했는데, 길이 점점 좁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오가느라 다소 불편했지만, 이마저도 교토만의 정취로 느껴졌습니다. 산넨자카는 '삼 년 언덕'이라는 뜻으로, 이곳에서 넘어지면 3년 안에 죽는다는 속설이 있어 더욱 조심해서 걸었습니다. 바닥이 돌길이라 미끄러울 수 있어 방문할 때는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좋겠습니다. 청수사의 입장료는 400엔이었으며, 입구를 지나 본당 앞에 서자 마침내 유명한 ‘청수의 무대’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청수의 무대는 12m 높이의 거대한 목조 구조물로,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전통적인 일본 건축 기술로 지어진 것이 특징입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교토 시내의 전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고, 눈이 내렸다면 더욱 멋진 풍경이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본당의 지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반적인 기와 대신 너도밤나무 껍질을 여러 겹으로 덮어 만든 지붕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듯한 부드러운 곡선을 자랑했습니다. 이런 재료를 사용하면 무게가 가벼워 기둥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본당 주변에서는 향을 피우며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 연애운을 점치는 부적을 구매하는 관광객들이 많아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본당을 둘러본 후, 청수사 경내를 한 바퀴 돌며 고즈넉한 정취를 만끽했습니다. 바람이 차가웠지만 상쾌한 공기가 기분을 좋게 만들었고, 벚꽃이 만개하는 봄에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수사를 나설 때는 올라오는 사람들과 엉켜 길이 복잡했지만, 우리는 니넨자카(二年坂) 방향으로 내려왔습니다. 이 길 역시 교토에서 손꼽히는 전통 거리로, 운치 있는 골목길과 일본 특유의 건축 양식을 간직한 가게들이 많아 걷는 내내 눈이 즐거웠습니다.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일본 전통 찻집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스타벅스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곳은 좌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마치 찻집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쉬고 싶었지만, 인기 있는 곳이라 만석이어서 내부만 구경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청수사와 그 주변을 둘러보며 일본 전통의 아름다움과 교토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늦은 오후에 니시키 시장(錦市場)을 방문했습니다. 니시키 시장은 교토의 대표적인 전통 시장으로, "교토의 부엌"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식재료와 먹거리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약 4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시장은 현대적인 시설과 전통적인 분위기가 조화를 이루며, 일본 특유의 정갈함이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니시키 시장 내부는 생각보다 깨끗했고, 위에 지붕이 설치되어 있어 날씨와 관계없이 쾌적하게 시장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시장을 따라 길게 늘어선 가게들에는 신선한 해산물, 튀김 요리, 교토식 츠케모노(일본식 절임 음식), 다마고야키(일본식 계란말이) 등 다양한 일본 전통 음식들이 가득했습니다. 특히, 해산물 꼬치 요리는 현장에서 바로 구워 따뜻하게 먹을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습니다. 하지만 저녁 시간이 다가오면서 시장 안은 더욱 붐볐고,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이동이 쉽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장어덮밥을 먹고 싶어 했기 때문에 시장 내에서 적당한 가게를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시장을 벗어나 인근 백화점인 다이마루(大丸) 백화점 내에 위치한 후지타리 마루에서 장어덮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장어덮밥을 선호하지 않는 편입니다. 기름진 식감과 강한 양념이 부담스럽게 느껴져 늘 피하는 음식이었지만, 이곳의 장어덮밥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습니다. 장어는 부드러우면서도 비리지 않았고, 양념은 과하지 않으면서 감칠맛이 살아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처음으로 맛있게 장어덮밥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세 명이서 식사를 했고, 총 금액은 17,800엔이 나왔습니다.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만족스러운 한 끼였기에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교토에서 장어덮밥을 맛보고 싶다면 후지타리 마루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다시 시장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며 교토의 밤 분위기를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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